독서의 시간

젖은 모래 위의 두발-안도핀 쥘리앙

돛을 달고 간 배 2025. 6. 22.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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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쥘리앙
Ann-bouphine Julliand
1973년생. 저널리즘을 전공한 뒤 지역일간지에서 일
하다가 전문잡지사로 직장을 옮겼다. 2006년둘째 아
이타이스의 두 돌 즈음에 , 딸이 치료법이 없는 유전병
에 걸렸으며 얼마 살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경험을 담담하게 글로 써서 2011년 아렌 출판사
에서 책으로 펴냈다. 이 책은 프랑스에서 두 달 만에
6만 부 이상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 책으로
2011년에 파롤 드 파시앙상, 2013년에 르 펠르랭 상을 수상했다. 2013년에 후속작 특별한 하루를 발표했다.

옮긴이 이세진

서울에서 태어나 서강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불어불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회색 영혼" "유혹의 심리학" "나르시시즘의 심리학 "
"고대철학이란 무엇인가." " 다른 곳을 사유하자" "아프
리카 술집 외상은 어림없지." " 반고흐 효과"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나날" " 길 위의 소녀" "돌아온 꼬
마 니콜라" " 살아 있는 정리" " 비합리성성 심리학"
"음악의 기쁨" "설국열차"  "세바스치앙 살가두" "나의
땅에서 온지구로"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소설이 아니기에 오히려 담담하다. 하지만 공감의 벽마져 무너뜨리고 자꾸만 슬퍼지려고 한다.
애들은 삶을 다 산 것 처럼 아픔과 슬픔마저 보듬고 가려한다. 어른들은 단지 지켜보기만 한다.

🦜🦜이염성 백질 이영양증

퇴행성 질환... 오래 살지 못하는...
안 돼.
뇌가 이해를 거부하고 정신이 반발한다. 우리 타이스 애기가 아니야. 사실이 아니야. 여기 있는 건 내가 아냐. 있을 수도 없는 일이야. 나는 나의 방패 로이크에게 착 달라붙는다.
머릿속이 뒤죽박죽인데도 입에서는 두려움에 찬 말이 잘도 튀어나온다. 그럼 태어날 아기는요?
아기도 네 명 중 한 명꼴의 발병 위험을 타고납니다. 25퍼센트의 확률로.....

청천벽력. 우리 발밀에 무시무시한 어둠이 열린다. 미래가 쪼그라 들고 자취를 감춘다. 그러나 이 끔찍한 순간에도 생존 본능은 짧으나마 결정적인 몇 초 동안 주도권을 잡는다. 아뇨, 산전 검사는 받지 않겠어요. 우리는 이 아기를 낳을 겁니다.

🦜🦜 애들의 이야가
🙏🙏타이스

타이스에게서 남다른 점이라곤 그게 다였다. 생일, 그리고 독특한 걸음새. 아이가 걷는 모습은 무척 사랑스럽지만 조금 우물쭈물하는 젓처럼 보인다. 지난여름 끝무렵에 알았다. 나는 촉촉한 모래사장에 찍힌 앙증맞은 발자국을 들여다보길 좋아했다. 그때, 포근한 날씨의 브르타뉴 바닷가에서 타이스의 독특한 걸음마가 내 눈에 들어왔다. 아이의 엄지발가락이 지꾸 바깥쪽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아이가 제 발로 걸으니 그걸로 좋았다.
우리 애가 평발인지도 모르겠네, 기껏해야 그런 생각을 했을 뿐.
💥💥
타이스의 걸음걸이에 엄청난 운명의 비밀이 다가올 줄 어떻게 알 수 있었겠나.
울음을 겨우 참으며 타이스를 안고 가서 그 애가 제일 좋아하는 만화 영화를 틀어 준다. 문을 닫는다. 타이스가 나를 보며 웃는다.
엄마가 거실에서 기다리고 계셨다. 나는 그 자리에 털퍼덕 무너진다. 엄마, 이런 일은 상상도 못 했어. 타이스가 많이 아프대요. 우리 딸이 죽는대요. 저 애가 죽는대. 엄마가 통곡한다.
절대로 눈물을 보이는 법이 없는 우리 엄마가.
나는 아이에 대해 더는 말하지 못한다.
💥💥
애가 죽어가는 질병이라고 한다. 죽어가는 애를 보면서 내 가슴이 타들어가는 병이라 한다.
그이와 나의 나쁜 유전자들이 만났기 때문이라나. 우리는 둘 다 건강하지만 이상 유전자의 보인자라나. 그리고 타이스는 부모 양쪽으로부터 그 이상 유전자를 물려받은 거다. 타이스의 세포는 특정 지질들, 설페이트류를 처리하는 <아릴설파타제 A>라는 특수한 효소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
이 효소가 없으면 설페이트가 세포에 쌓여 미엘린이 서서히 파괴된다. 미엘린은 신경이라는 전선의 <피복>이나 마찬가지로, 신경 임펄스 전달을 좌우한다. 이 병은 소리 소문 없다가 어느 날 갑자기 정체를 드러낸다. 증상이 나타났다면 그때부터 신경계 전체가 서서히 마비된다.
움직이지 못하고, 말을 하지 못하고, 눈이 멀고..... 그러다가 생명 기능까지 정지해 버린다. 발병하고2년에서 5년 사이에 사망한다. 치료법은 없다. 타이스는 영아형 발병으로, 가장 심각한 수준에 해당한다. 치료 가망성은 제로. 일말의 가망도 없단다. 숨이 안쉬어진다.
💥💥
어쩌면 인간이 죽음으로 가는 길은
치료법이 없지. 삶에 머물러 있는 그 순간엔 죽음이라는 당연한 선물마저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제 타이스의 발이 바깥쪽으로 늘어지는 일은 없다. 걷지 못하기 때문이다. 보행이 완전히 불가능해졌다. 누가 손을 잡아 줘도, 벽을 짚고서도, 보행기를 타도 못 걷는다. 타이스의 다리는 그 험겨운 노력은 놓아 버렸다. 뇌가 더 이상 다리에 제대로 운동 신호를 보내지 못하는 거다. 타이스의 다리는 꿋꿋하게 싸웠지만 결국은 그만두었다. 타이스는 다시는 젖은 모래밭에 그 귀여운 발자국을 남기지 못할 것이다.
💥💥
타이스는 아마도 육체의 효용이 다하는 순간이 오면 되레 새 생명을 얻게 되는 게 아닐까 싶다. 이제 운동신경이 멈춰 버렸다.
우리가 병원에서 돌아올 때까지 잘 비쳤던 타이스가 잡자기 말을 못 하게 됐다. 마지막 며칠 동안 그 애가 가슴이 따뜻해지는 말을 모아 두었다는 생각마저 든다. <사랑해요> 소리를 그렇게 입에 달고 지낸 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아침, 입을 다물어 버렸다. 완전히. 충격도 그런 충격은 없다! 얼마
전부터 타이스가 말을 하면서 힘들어하는 줄은 알았지만 그렇게 금방 말문이 닫힐 줄은 상상도 못했다.
💥💥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요. 할 말은 많은 데, 할 수 있는 말이 없어요.
타이스가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내 심장이 믿는다. 타이스는 암전하게 침대에 누운 체 눈을 크게 뜨고 있다. 조금 더 가까이 가본다. 아이의 눈동자는 움직이지 않는다. 현실이 채찍처럼 나를 후려갈긴다. 타이스는 이제 앞을 볼 수 없다.
충격으로 다리가 풀린다. 비틀대며 숨을 몰아쉬고. 쓰러지지 않으려고 침대 시트를 움켜쥔다. 넋이 나가 멍하다.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목구멍에서 소리가 감히 밀고 올라오지 못한다. 타이스가 눈이 멀다니, 믿을 수가 없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던 시련이
왔구나. 어떡하나. 견디겠다. 어떻게 해도 이건 못 견디겠다.
💥💥
남들은 타이스가 지닌 장애 중 하나만 지녀도 삶을 거추장스럽게 생각하는데 타이스는 온 몸이 장애 자체이다.
청각. 타이스에게 남은 것은 청각밖에 없었다. 소통 엇비슷한 것을 아슬하게 지탱하는 가느다란 한 가닥 실. 그 실마저 끊어졌다......... 의료 도구와 약이 담긴 쟁반이 요란하게 바닥에 떨어졌는데 타이스가 놀라지 않는다. 가스파르와 테레즈까지 무슨 소리인가 싶어 한달음에 달려왔는데 타이스는 눈도 깜짝하지 않는다. 귀가 안 들리는 거다.
💥💥
타이스의 육체는 서서히 마감이 되어간다. 몹쓸 유전자의 폭격속에 조용히 시간을 기다린다.
나를 꿰뚫어 보는 타이스의 눈을 피하지 않고, 나는 뺨과 뺨이 스칠만큼 그애에게 바짝다가간다. 그 눈을 들여다보면서 속삭인다. 고맙다, 타이스. 전부다 고마워. 네가 있어서 고맙고, 네 모습 전부가  고마워.네가준 모든 것이 고마워. 네 덕분에 엄마 아빠 는 행복해.너무 너무 행복해. 사랑한다. 우리공주.
💥💥
그 만큼 힘들게 너와 같이 살아 온 그 길이 온전하게 엄마 아빠의 가슴속에서 살아 있을 거야.


🙏🙏
가스파르/타이스의 오빠

"옛날부터 알았는데. 타이스가 아프다는 거, 난 어릴 때부터 알았어요. 그리고 타이스는 금방 늙을 거예요."
우리는 말을 잃었다. 가스파르에게 늙는다는 말은 죽음을 뜻한다. 우리 아들은 나이를 아주 많이 먹은 사람들만 세상을 떠난다고 생각하니까. 가스파르는 어떻게 아는 걸까?💥💥
가스파르는 타이스가 아프다는 걸 알고 있다. 많이 아프다는 걸.
그 아수라장 속에도 한가닥 빛이 있다. 마법처럼 그 한 장면만은 폭풍에 휩쓸리지 않고 따뜻하고 오롯하게 떠올라 있다. 촛불 두 개를 훅 불어서 끄고 선물을 뜯어보는 타이스의 환한 얼굴. 가스파르가 동생에게 목청 높여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 준다. 특별할 것  없는 가정의 특별할 것 없는 한순간.
💥💥
동생의 생일에 축하노래를 불러주는 오빠의 평범한 일상이 왜 이렇게 눈물이 날까?
나도 백질 이영양증에 걸리면 좋겠어요. 그러면 다들 엄청 잘돌봐 주잖아요. 그렇지만 완전 심각하게는 말고, 살짝만 걸리면 좋겠어요. 아빠 엄마가 너무 걱정하면 안 되니까요. 심리 상담사가 가스파르의 말을 귀담아듣는다. 가스파르는 아무렇지도 않게, 떨지도 않고 그 말을 뱉었다. 상담 중에 불쑥 튀어나온 말이지만, 며칠간의 우리 아들이 그대로 드러난다.
💥💥
한편으로는 완전히 수긍하면서도 가스파르는 자신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 부모가 그립다.
우리는. 3교대제 비슷하게 산다. 하루하루가 세 부분으로 쪼개져 있다. 한 부분은 타이스, 또 한3부분은 아질리스에게 바친다. 마지막 한 부분이 집에서 잠시나마 가스파르에게 할애하는 시간이다. 공평한 배분은 아니다. 우리는 심각성을 가늠해 보고 그에 따라 움직인다. 아질리스 곁에는 오로지
부모만이 보호자로서 함께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 애에게 가장 많은 시간을 쏟는다.💥💥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는 애가 둘이다 보니, 손길과 시간이 항상 모자란다.


🙏🙏
아질라스/타이스의 여동생

6월 29일 목요일 오후 3시 30분, 한 숨, 한 울음. 한 생명, 사랑스러운 장밋빛 아기 아질리스가 응애응애 울음을 터뜨린다.
예고도 없이 대번에 바리케이드가 무너진다. 봇물 터지듯 사랑이 샘솟는다. 사랑한다
귀여운 우리 딸! 엄마는 다 있었어.
네 머리 위에 드리운 다모클레스의 참 너를 위협하는 소름 끼치는 병, 불안에 시달리던 맘, 의혹의 시간들, 미래에 대한 두려움, 사랑에 겁먹은 마음도 잊었단다. .
💥💥
안전 유리 저편 신생아 요람 안에서 새근새근 잠자는 아질라스를 보면서 나는 이것이 희망인지 시련인지 알 수가 없었다
골수  이식, 어쩌면 방법으로 아질리스를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해부학에 무지한 나는 그놈의 골수가 어디 붙어 있는지도 몰랐다. 심지어 골수를 척수와 같은 것으로 생각했으니. 곧장 골수에 대해서 속속들이 알아본다. 골수는 혈세포를 만들어 내는 기관이다. 백혈구, 적혈구, 혈소관이 다 여기서 생성된다. 안에 있기 때문에 골수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식 수술을 하면 이 골수를 기증자의 골수로 대체할 수 있단다. 상태 좋은 혈세포를 생산하는 건강한 골수로. 아질리스의 경우, 이 방법으로 그 아이에게 부족한 효소를 만들어 벌 수 있다고 했다. 그놈의 아릴설파타제 A라는 효소가 없어서 우리의 이 모든 고통이 빚어진 게 아닌가 .
💥💥
아질리스는 태아 검사 부터 방법을 찾았다. 그 방법으로 골수이식을 해야한다.
이제 일은 일사천리다. 떠날 날이 임박했다. 아질리스는 8월초에 마르세유의 병원에 들어간다. 거기서 혈관 내지속 주입을 위해 중앙 카테터를 삽입할 것이다. 8월 8일부터는 무균실에서 지낼 것이다. 거기서 언제 나올는지는 모른다. 그동안 우
리는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분 1초도 놓치고 싶지 않다.우리는 똘똘 뭉칠 것이다. 그런데
이 귀한 시간이 너무 빨리 사라진다. 타이스의 상태가 격하게 악화되었다.
💥💥
아질리스는 골수이식을 위한 준비를 위해 무균실에서 지내야 한다. 타이스의 상태가 악하되어 가족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행복은 때로 아주 작은 것, 보일 듯 말 듯 미미한 것으로이루어진다. 오늘 아침 우리의 행복은 현미경으로나 확인 가능한 분자의 형태를 만다. 아릴설파타제 A. 아질리스에게 없었던 효소.... 이제 그 효소가 아질리스의 몸에 생겼단다. 육안으로는 불 수 없지만 검사 결과는 명백하다. 아릴설파타제 A가있다! 12월의 한가운데 한 줄기 따사로운 햇살이 비친다.
출생당시 아질리스에게는 아릴설파타제 효소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런데 지금은 정상 수치에 도달했단다.. 이염성 백질 이영양증이 아닌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순전히 골수이식의 효과였다. 우리는 해냈다.
💥💥
아질리스는 타이스와는 달리 삶의 향기를 끈질기게 붙잡고 있다.
나는 아기를 안심 시키려고 지그시 눈길을 보내며 다정하게 말을 건다. 의사가 나를 재촉한다.
"뽀뽀해 주세요, 어서요."
"지금요? 바로? 준비가 안 됐는데요."
"무슨 준비가 필요합니까. 하실 수 있어요. 아이가 당황하고 있잖아요. 얼른 뽀뽀하고 달래 주세요."
바보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바짝 얼어붙었다. 지난 여섯달동안 이 순간을 얼마나 꿈꾸어 왔는지 모른다.
💥💥
이젠 아질리스는 행복한 날을 꿈꾸어도 될까? 아질리스의 볼에 입을 대어본다.

🌐🌐마무리 생각
희귀병 애기들의 투병과 부모의 간병은 눈물 겹도록 가슴을 아련하게 한다.
원인 유전자가 애기들에게 전해지고 애들은 고통에 처해진다. 원인자에게 횡포를 덜 전해지게 하는 방법은 확률을 줄이는 방법 이외에는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당신의 자녀들을 위한다면 건전한 생각과 건강한 생활이 아픔을 그나마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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