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시간

엎지른 모유 / 시쿠 부아르키

돛을 달고 간 배 2025. 6. 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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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쿠부아르키
Chico Buarque

브라질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가수이자 출간하는 소설마다 평단의 찬사를 받는 소설가. 1944년, 영
향력 있는 저널리스트 겸 사학자인이 아버지와 예술가 어머니 사이PedrosaBel에서 태어나 리우테자네이루, 상파울루, 이탈리아를 오가며 유년 시절을 보냈다. 주앙 질베르토와 봄 조빔에 푹 빠져 있던 그는 보사노바 뮤지션으로 데뷔했고,
조용하고 부드러운 목소리, 서정적인 가사로 인기를 얻어 현재까지 약 60장의 음반을 발표하며 브라질의 국민 가수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 서기까지 그가 자유롭고 평탄하게 활동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 브라질 군부 독재에 강력하게 저항했던 부아르키는 실존주의 연극 극본을 썼다가 투옥되기도 했고, 10만여 장이 판매된 민주주의 운동의 주제가 음반을 폐기당하기도 했다. 결국 부아르키는 1970년 브라질을 떠나 이탈리아로 망명했고, 19개월
뒤 고국으로 돌아왔다. 어렸을 적부터 꾸준히 문학을 공부해 왔던 그는 망명 이후 첫 번째 소설을 출간한 뒤 모델 농장FazcendaModelo (1974), "노란 모자Chapeuzinho Amarelos(1979), 벤자민
Benjamin (1995) 등의 소설과 연극 각본을 써냈다. 그러다 2003년에 출간한 소설 부다페스트Budlapeste로 브라질의 맨부커상이라
불리는 자부치상을 수상하면서 현대 포르투갈어 문학계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최고의 작가가 되었다. 앞지른 모유는 그에게 두번 제 자부치상을 안겨 준 소설로, 포르투갈 텔레콤 문학상 또한 수상
하면서 부아르키의 대표작이 된 작품이다. 이 소설은 죽을 날을 기다리는 백살의 노인이 들려주는 삶의 기억으로 꾸려져 있다.부아르키는 그의 기억을 빌려 브라질의 현대사, 그리고 그시대를 관통하는 절절한 사랑 이야기로 독자의 마음을 울린다.

들어가는 말
🧘‍♂️🧘‍♂️🧘‍♂️현실인지 아닌지 시간의 경계를 뒤죽박죽 하면서 백세의 노인은 17세에 그의 곁을 떠난 아내를 그리워하기도 하는 마음을 그의 딸을 통하여 회고록을 기술하듯이 서술하고 있다. 사실 나의 말은 세월을 왔다갔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오래전에 내 곁을 떠난 아내를 너무도 그리워한다는 것일 뿐.

🌐🌐그와 현재
🦜🦜마틸지(아내)에 대한 회상

이곳을 나간다면, 행복한 유년 시절을 보낸 산자락에 위치한 바로 그는 농장에서 너와 결혼을 할 것이다. 너에게  어머니의 웨딩드레스를 입히고 면사포를 씌울 것이다. 모르핀에 취하거나 감상적인 기분에 빠져서 하는 말이 아니다. 레이스와 크리스털 그릇은 식기, 보석, 그리고 우리 기문의 이름, 모두가 너의 것이 될 것이다. 너는 하인들에게 지시를 내릴 것이고, 나의 옛 아내의 말을 타게 될 것이다. 만일 농장에 아직까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면, 네가 텔레비전을 볼 수 있도록 발전기를 가져올 것이다. 물론 집안 곳곳에 에어컨도 설치해야겠지. 요즘엔 골짜기도 날씨가 아주 더울 테니까.
💥💥
고정된 마틸지(아내)에 새로운 현실의 상상력에 가미된 마틸지를 등장시켜 그녀를 눈앞에서 회상한다.
한번은 프랑스 엔지니어를 맞이하기 위해 함께 항구로 나가자고 하자, 네 엄마는 네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너를 떼어 놓을 수없다며 선뜻 반기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는 곧 전차를 타고 시내에 나가 프랑스 소년처럼 머리를 자르고 돌아왔다. 마침내 그날이 오자 네 엄마는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 오렌지색 실크 옷을 입고 터번처럼 생긴 더 짙은 오렌지색 펠트 모자를 썼다.
💥💥
마틸지의 과거를 고정시킨채  추억하는  것으로 기억력은 명확하지 않다. 17세에 이미 그의 아내는 그의 곁을 떠났다. 백세가 넘은 그의 곁으로 불쑥 찾아 올 것만 같다.


🦜 에우라리우 아숨상(라린뉴, 나)

당직 의사가 급히 달려와 맥박을 재고 뭐라고 말을 해줄 것이다. 사제도 병든이들에게 다가와 라틴어로 뭔가를 웅얼거릴 테지만 나에게는 오지 않으리라 믿는다. 거리에서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 전화 소리, 발자국 소리 그리고 나를 강제로 잠들게 하려는 뭔지 모를 기대감같은 것이 너부러져 있다.
손은 내게 남아있는 몇 가닥되지 않는 머리카락을 움켜쥐고있다. 나를 삼켜버릴 것만 같은 언제나 흑백 꿈만 꿀수 있는 심연으로 밀어넣을 것만 같은 공허한 생
각의 문과 맞닥뜨린다.
💥💥
병상 생활에 지친 나는 하루 하루가 힘들고 공허하다. 아득한 예전 17세의 마틸지가 내 가슴에 다가온다.
나는 발비누와 더불어 살아
가는것이나를 인종에 대한 편견을 지워버린 어른으로 만들어 줄거라고 확신했다. 이 점에 있어서 나는금발이나 주근깨가 있는 빨간 머리 여자들만 좋아하는 아버지를 전혀 닮지 았다. 어머니도 아버지와 마찬가지여서, 내가 마틸지에게 반한 것을 알고서는 그녀에게서 냄새가 나진 않는지 물어보았다. 단지 마틸지가 아버지 추도식에서 노래를 불렀던 마리아 성가대원 중에서 가장 진한 색인 계피색 피부를 가졌기 때문이었다.
💥💥
내가 마틸지에게 반해 있던 그 시기 정통적 계승으로서 연예라면 마틸지와 같은 피부색은 금지된 언어영역이였다. 하지만 아버지도 혹간 노비를 좋아해서 발비누를 만들었듯이 나에게. 피부색은 아무런 문제도 아니었다.



🌐🌐그로부터의 과거
🦜어머니와 추억

어느 날, 어머니가 잠시 이야기를 나누자며 나를 불렀다. 한눈에 보기에도 단가 기운이 없어 보였는데. 자신보다 더 불행한 사람을 발견해서일지도 모른다. 상처가아직 아물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어머니는 마틸지라는 이름을 꺼내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유럽행 티켓을 건냈다. 그러고는 아버지가 갖고 있던 파리 주소록을 건네주며 땅을 보고 이야기했다. 기분 전환을 좀 했으면 좋겠구나, 에우라리우. 나는 어머니가 실수로 에우라리우라고 부른 건지 알 수 없었다. 어머니에게는 언제나 <라린뉴>였기 때문이다.
미래의 장인이 창받이에 권총을 습기고 있으리라고 상상할 수 없었고 그의 뚱뚱한 아내가 치정 범죄에 휘말렸을 거라곤 더더욱 상상할 수 없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정치적 라이벌에 대해 입을 열었다. 어머니는 언제나 이들이 범죄에 대해 원가 책임이 있다고 믿었다. 나는 어쩌면 현실과 조금 거리를 두고 살았는지 모른다. 언제나 아버지의 그늘에서 지내야만 했던 마틸지의 아버지가 기꺼이 반대편으로 갔다는것을 애써 무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마틸지와 맞설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 어머니는 배신자의 제안을 거절한다는 조건으로 별장 건물과 함께 3천 헤이스를 주었다.
🦜🦜
마틸지 아버지는 마틸지를 그리 귀중하게 여기지도 않는다. 노비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라서 그런건지 모르겠다.
💥💥아버지(에우라리우 리바스 다숨상)와 정치
아버지는 창녀들을 부르기도 했다. 가끔은 어머니 때문에 가슴이 아팠다. 왜냐하면 아버지는 어머니를 가만히 내버려 두는 법이 없었다. 오죽하면 죽은 다음에도 어머니를 괴롭혔을까. 네 할머니는 집에서 경찰서장을 맞이해야 했고, 무례한 질문을 감수해야 했다. 어머니가 질투로 인해 청부 살인을 했다는 소문이 돌았던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범인들이 독신자용 아파트에 들어가는 아버지에게 총을 난사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가 유일하게 읽는 신문 오파즈에는 이 범죄가 정치적으로 반대파들과 연계되어 있다는 기사가 실렸다.
🦜🦜
아버지는 암살 당하셨다. 혼란한 정치의 와중에 정적들로부터 총격을 받고서..오히려 어머니는 청부 살해의 누명까지 덮어쓸 번 하였다.
아숨상 가문의 돈은 언제나 깨끗했다. 돈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들의 돈이었다. 카푸스살리스 대통령이 아버지에게서 마나우스 항의 양보를 얻어냈을 때, 아버지는 엄청난 특권을 누리는 젊은 정치인이었다는 점을, 그리고 아버지 재산은 정말 오래전부터 물려받은 것이었다는 점을 너는 알아야 한다. 이미 얘기했는지 잘 모르겠는데, 내증조 할아버지는 페드루1세에게 남작 칭호를 받았다.


🦜조상들 이야기

포르투갈인이었던 5대조할버지 에우라리우라는 이름은 여기에서부터 고조할아버지로, 다시 증조할아버지로, 다시 할아버지로, 다시 아버지로 내려왔고, 나에게는 하나의 메아리처럼 들리는 이름일 뿐이었다. 그녀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뭐라고 했어? 그러자 마틸지가 다시 말했다. 기운내, 에우라리우. 우라리우라는 이름을 발음하는 목소리가 조금은 쉰 듯했다.
아무도 나의 고조할아버지가 포르투갈 왕실과 함께 브라질에 왔다는 사실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 그분이 도냐 마리아의 충복이
었다며 우쭐대는 것이 아무 소용 없는 것이다. 여기있는 사람들이 그 여왕이 누구인지 알고 있기나 할런지.
이제 나는 너희들과 마찬가지로 쓰레기의 일부분일 뿐이다.



🌐🌐그로부터의 미래
🦜 딸(마리아 에우라리아)

콘치 그란지호의 갑판에서 선글라스클 끼고 빨간 장갑을 낀 손을 흔들며 나에게 인사를 할 때 너는 거의 미친 것 같았다. 격정적인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너는 들뜬 목소리로 바티칸에서 피오 12세를 만난 것까지 떠들어 됐지. 네가 보여 준 여권에서 아숨상이라는 성에 팔룸바가 더해진 네 이름을 보았을 때. 나는 너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 너의 들떠 몽롱해진 기분에 동참하기 위해 정말 노력했다.
🦜🦜
백세가 넘은 아버지는 팔십세의 딸에게 회고록을 기술하고 있다. 시간과 공간을 흐느적거리면서.



🦜손자 에우리리우 다숨상 팔룸바

가난한 손자였던 에우라리우 다숨상 팔룸바가
네 배 속에서 자라고 있었다. 우리가 기른 소중한 아이, 그러나 반항아로 성장한아이. 그 애가 나이가 들어 스스로 길을 찾았던 것을, 공산주의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그의 머리에 들어박혔던 것을 네가 아직 기억하고 있을 거라 믿는다. 너의 할머니에게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을 상상해 보렴. 이민자의 아들과 결혼한 손녀와 공산주의자가 된 증손자. 증손자 자신이 마오쩌둥주의자라고 말하고 다닌다는 확실한 증거까지 들어밀면서 말이다.
너의 아들은 또 다른 공산주의자를 임신시켰다.
🦜🦜
근대사의 굴곡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독립운동과 좌익, 우익, 공산주의 등이 뒤섞이듯이 나타난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흐르는 물 처럼 지나갈 뿐.

🦜증손자

경찰은 에우라리우 다숨상 팔룸바의 집이 맞는지 물어보았다. 나는 텐더리 모텔로 당장 달려갔다. 그곳에서 나의 증손자가 메스꺼운 냄새를 풍기는 카펫 위에 벌거벗은 몸으로 엎드려 있었다. 형사에 따르면, 모텔 종업원들은 고급 차를 탄 멋쟁이 40대 여인이 조수석에 허름한 옷차림의 젊은 남성을 태우고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납치를 의심했다. 그래서 여섯 번의 총소리를 들었을 때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
마약과 도박, 성매매는 혼란한 사회에서 탈출할 방법이라고 일부의 젊은이들은 생각한다.
얼마 전 고손자에게 남은 유산을 다 보냈을 것이다. 아마 당신도 네우라리우 다숨상 팔룸바 네투라는 내 고손자 녀석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밝은색 곱슬머리의 굉장한 멋쟁이지. 마리아 에우라리아는 그의 푸른눈이 내가 어디선가 잃어버린 초상화에 그려진 할아버지의 눈을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여기 우리들끼리만 하는 이야기지만 나는 그 아이가 증손자 에우라리우의 유복자가 확실한지 의심스럽다. 들으면 놀라겠지만 증손자는 갱단의 보스만큼 가무잡잡했다.
🦜🦜
부유한 가문 권력을 가졌던 가문은 완전히 사회속으로 흡수되어 들어간다.


🌐🌐 관능적 아름다움을 지닌 마틸지를 향한 에우라리우의 절절한 감정이 뒤죽박죽 된 그의 기억을 통해서 그의 딸에게 회상되고 있는 모습이다. 수 백년의 권력가문의 계승자임에도 에우라리우는 신흥 자본가와 흑인노예 사이에서 태어난 마틸지에게 열정적 사랑을 표출하지만 마틸지는 짧은 생으로 삶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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