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시간

비지니스 -박범신 장편소설

돛을 달고 간 배 2025. 6.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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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신
1946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났다.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여름의 잔해"가 당선되어 1973년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초기엔 강력한 사회비관적 소설 "토끼와 잡수합" "덧" 등을 퍼내면서 젊은 '문제작가'로 평가받았고, 197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전반기까지 "풀잎처럼 눕다" "불의 나라" "물의 나라" "숲은 잠들지 않는다. 많은 베스트셀러를 내며 대표적인 인기작가'가 되었다. 1993년 스스로 "상상력의 불은 꺼졌다"라고 선언하며 절필하고 용인 변방의 외딴집 '한터산방'에 들어가 3년 동안 침묵의 은거에 들어갔다. 1996년 문학동네에 "흰 소가 끄는 수례"를 발표, 작가로 다시 돌아온 이후부터 "외등" "나마스테"  "더러운 책상" "향기로운 우물 이야기" "출라체" "고산자" "은교" 등, 인간 존재의 본질을 그려내는 격조 높은 소설을 왕성하게 발표, 김동리문학상, 한무숙문학상, 만해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잇달아 수상했다. 우리 문학에서 최초의 본격 산악소설이라고 회자되는 촐라체! 를 국내 처음으로 블로그에 연재함으로써 인터넷 문학의 새 지평을 열기도 했다. 그동안 영화화되었거나 드라마로 제작, 방영된 것만 해도 20여 편이나 되며, 그 외에도 연극, 무용. 노래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들은 거의 모든 장르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단 내외에서 '영원한 청년작가'라 불리는 그는 최근에도 중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연재한, 자본주의 경쟁 구조에 따른 우리 사회의 반생명적 불모성을 강력허 비판
해낸 소설 비즈니스를 완성, 필력을 과시하고 있다.
현재 서울문화재단 이사장, 연희문학창작촌 촌장,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차례

오래된 도. 7
비즈니스우먼. 11
비즈니스맨. 41
이팝나무. 81

무국적자들. 125
대파와 쪽파. 159
떠난 자 남는 자. 189
바다가 돌아눕는 소리. 225

작가의 말. 238

🌐🌐
들어가며
🧘‍♂️
비즈니스 시장
도시가 번성할수록 쓰레기는 늘어나고, 그 쓰레기들은 당연지사 구시가지로 실려올 터였다. 그에 비해 공업단지 남쪽엔 작년부터 신시가지의 항구보다 접안 시설이 두 배나
되는 새로운 항구가 건설되고 있었다. 수출을 위해 중앙정부가 예산의 대부분을 투자한 공사였다. 남쪽으로 뻗는 외곽도로들이 덩달아 생겼다. 남쪽으로 새로운 기간 시설들이 나날이 늘어난다는 것은 구시가지가 그만큼 더 버려진다는 뜻이었다. 구시가지를 재개발하는 것보다 비어 있는 땅을 개발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고 시장은 늘 설명했다.


🌐🌐 욕망과 돈
🧘‍♂️주리

"이놈, 프로야. 귀금속 중에서도 가짜나 싼 것
은 그대로 두고 갔어. 결혼 10주년 기념일에 그 사람이 사준 에메랄드 세트를 잃은 것이 제일 속상해. 주리는 말했다.
🦜🦜
일명 타잔이라고 보도 된, 부유한 저택만 골라서 물건을 훔치는 빈집털이에게 주리의 집도 귀금속을 도난 당한다.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잘 지켜준다거나
등록금을 스스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너무도 잘 맞았다. 우정은 깊어졌다. 2학년에 올라가면서 주리는 등록금을 대주는 중년 남자가 있다는 말도 스스럼없이 했다. 놀랐지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때도 그녀는 필요하면 내게 스폰서'를 구해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 나는 거절했고, 주리는 내 거절을 섭섭하지 않게 받아들였다.
🦜🦜
나는 주리와 대학을 같이 다녔다. 대학 당시에도 주리는 이미 학비 대주는 스폰서 있었다.
우연히 주리의  남편이 ㅁ시 지사장으로 내려오면서부터 우리는 거의 매일 만나다시피 했다. 예전의 우정은 금방 회복됐다. 그녀에게 돈이 넘치고 내게 돈이 늘 부족하다는 것만이 다른 점이었는데.
🦜🦜
나는 이미 구시가지에 자리를 잡고 있었고 그는 남편의 근무처를 따라서 내려왔지만 주리의 집은 신시가지에 있었다.
"여기, 경찰서 유치장이야.
"그녀가 날이 잔뜩 선 목소리로 말했다.
남편이 함정을 파고 기다리다가 선수를 친 거야 미스터 정도 함께 있어."
"간통으로 신고했단 말이야, 니 남편이?"
"응. 위자료 많이 안 주려고 벌이는 짓이지."
그녀는 청년과 호텔에 있다가 남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형법 241조 간통죄를 위반한 현행범으로 붙잡혀 유치장에 수감됐다.
🦜🦜
주리는 남편이 이미 자기의 마음에서 떠났다며 이혼을 할 거라고 나에게 말한다.이미 각자는 애인이 있었기 때문에 무언의 합의가 된 상태였다.
"지 "진짜 더럽고 끔찍해."
"너도 이혼하려 했으니 결과는 달성했는걸 뭐. 다 잊어."
"못 잊어, 나. 두고두고 갚아줄 거야. 시어머니가 와서나 보고 추잡스러운 종자래. 창녀래. 날 욕하는 건 참을 수 있어. 견디기 어려운 건 우리 엄마까지 싸잡아 매도하는 거야. 나는, 그들이 변호사까지 동원해 일일이 상의해 계획적으로 매설해 놓은 덫을 밟은 거였어. 돈이라면 무슨 더러운 짓도 할 사람들이야.
🦜🦜
일은 주리 자신이 먼저 저질러 놓고 남편을 성토한다. 결국 주리는 이혼 위자료를 기지고서 젊은 사내에게 투자하지만 결국 돈 만 날리고 배반 당한다.


🌐🌐타잔과 여름

"더 큰 도시로 가서 정말 타잔 같은, 대도 될 수도 있고요. 그럼 죽어버린 저 바다는요? 아내는 쓰레기차가 지날 때마다 바다가 신음하는 소리가 들린다고 했어요. 그게 유언이었지요. 저 바다는 아내에겐 고향이고 내겐 새로 시작하는 살림터였어요. 나는 아무런 과오도 없이 부정으로 야합한 무리들에 떠밀려 경찰복을 벗었어요. 겨우 경찰직을 놓고 더러운 그자들과 진흙탕 싸움을 벌이기보다 옷을 벗는 게 오히려 치사하지 않다고,
🦜🦜
타잔은 전직 강력계 형사 출신이었다.
욕망이 심한 시장을 도와 그의 사업도 승승장구했으나, 신시가 조성으로 그의 가게는 한 번에 나락으로 떨어져버린다.
방안은 어스레했다.
노란색 넥타이가 인상에 남았다. 비로소 그의 아이디가'옐로'였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결혼한 분이군요?" 그가 여전히 무뚝뚝하게 말했다. 내가 아줌마처럼 보이나 봐요."
"그렇게 옷을 주워 정돈하는 거, 미스라면 할 줄 몰라요. 유부녀나 이혼녀들의 습관이지요."
🦜🦜
나는 비지니스우먼이다. 그게 뭐냐고, 아이의 학원비 조달을 위해서 돈 가진 남성들괴 썸씽을 하는 돈도 벌고 기분도 업하는 ?? 오늘은 옐로와 썸을 타는 날이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아직 상황의 심각성을 다 알지 못했다. '사설탐정이라는 말에선 실소까지 나왔다.
"탐정이 미쳤어요, 아무한테나 몸까지 팔게?"
내가 대꾸했고, 그가 곧 한발 더밀고 들어왔다.
"아무한테나 몸을 팔진 않겠지. 이유가 있겠지. 여긴 절해 고도와 같아. 12층인 데다가 절벽 위니까 그 창으로 떨어지면 곧장 폭풍에 휘말린 바다로 들어가게 돼있 있어. 우리가 들어오는 걸보니 사람도 없어. 당신의 시신조차 찾지 못할걸, 아마."
🦜🦜
옐로와 두 번째 썸이다. 그런데 오늘은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내가 자기를 미행하였다면서 이유를 대라고 한다. 물론 애를 창고로 끌고 가는 듯한 사람을 뒤쫓았다고 말한다.
그는 나와 동갑인 서른아홉이었고, 짧은 한때 매립 지구에서도 가장 장사가 잘되는 '동백횟집'의 주인이었으며, 열 다섯 살 된 남자애의 아버지였다.
" "정준하, 내 이름이에요."
그가 말했다.~~
태권도 경찰에 투신하여 강력계 형사를 하였고, 30대에 비로소 ㅁ시로 내려와 몇 가지 자영업을 거쳐 '동백횟집' 주인이 됐다고 그는 고백했다.
🦜🦜 타잔이 옐로였고 정준하이다. 또한 옐로는 동백횟집의 주인이기도 하다.
여름이의 자폐 증세가 더 깊어진 것은 아내가 죽은 다음이었다.
그 애는 날이 저 불기 전엔 점대 방을 나가려 하지 않았다.
🦜🦜
여름이는 정준하의 아들인데, 자페증을 지니고 있고 엄마가 죽은 뒤 그의 자폐증은 더욱 심해져갔다.
이내 차가 응급실 앞을 떠났다. 그를 뒤쫓아 나오는 사람도 없었고, 나를 본 사람도 없었다. 뇌출혈이라니까, 시장 이 살고 죽는 것은 이제 전적으로 시간에 달려 있었다. 너무 늦었다면 죽거나 반신분수, 후은 기억조차 없는 인간이 될 터이고 늦지 않았다면 수술로써 살려 벌 있을 터였다."곧 시장을 알아보는 사람이 나오겠지요.
그가 도심으로 차를 몰며 말했다.
나를 찾겠지만, 내 얼굴을 정확히 본 사람은 없으니까 넬 아침까진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
🦜🦜
정준하는 시장의 동선을 꿰고 있었다.
야밤에 그를 납치해 자신의 사업이 망가진데 대하여 사과를 받고자 하지만 시장은 뜻밖에 뇌출혈로 쓰르진다. 그를 응급실로 호송하고 나오지만


🌐🌐 현실 감정과 사랑의 감정

나는 말없이 배달 돼온 물건값을 계산해 주었다.
'타잔' 이라니, 도둑놈의 별칭이 꼭 신세기대교처럼 작위적이고 낯설었다. 구시가지엔 아직까지 도시가스가 들어와 있지 않지만, 신시가지의 고층 아파트마다 벽을 타고 직립해 올라간 가스관은 나도 눈여겨본 적이 있었다. 건강한 젊은 남자라면 얼마든지 타고 오를 만한 철제 관이었다.
🦜🦜
숲 속의 나무와 나무를 줄을 타고 건너 다니 듯이 고층 아파트의 도시가스관도 집과 집을 이어 주고 있다.

"몸으로 보면 유부녀가 아니네요."
내팔을 쓰다듬으며그가 속삭였다.
칭찬이었다. 그의 입술은 까칠하게 말라 있었다. 광대뼈를 사선으로 미끄러져 내려온 입술이 귓바퀴에 닿았다. 예상밖의 길이었으며 또 섬세했다. 나도 모르게 몸이 가늘게 떨렸다. 좋은 상대를 만났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동시에 그것은 비즈니스우먼으로선 위험한 신호였다. 비즈니스 관점으로는, 돈에서 너그럽고 작업 시간 짧은 남자가 제일 좋은 파트너였다. 육체의 감각은 필요 없었다.
🦜🦜
하루에 한 건, 같은 남자는 세 번 이상 만나지 않는 것이 나의 불문율이다. 계산적인 행위였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학원의 시스템 이 문제일까? 아님 다양한 영역에서 돈을 벌 수 없는 나의 문제일까?
어느 횟집의 2중 창이 밝아진 것은 바로

그때였다. 산을 등진 매립 지구의 맨 끝집이었다. 촛불을 켠 , 것인, 희미한 불빛이었다. 니는 불 켜진 2층 창을 획 돌아다보았다. 가로등이 바로 앞에 있었다. 가로등 불빛이 먼저 눈을 찌르고 달려들었다. 저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가로등 불빛이 정면으로 비춰들어 그 너머의 2층창이 잘 보이지 않았다. ' 동백횟집'이라는 녹슨 간판만이 겨우 보였다. 창안에서 잠깐 사람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 같았고. 누군가 잠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
자신의 집 옥상에서 무심코 창고 쪽으로 끌려 가는 듯 하여 뒤를 쫓아갔다. 하지만 특정 장소를 인지하지 못하고 돌아오는 순간 가로등 아래 동백횟집이란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첫 관계는 그녀의 오피스텔에서 했다. 떨리고 무서웠으나 막상 끝나고 나니까 허망할 정도로 쉬웠다. 샤워를 하고 거리로 나오자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았다. ㅁ시에 내려올 때마다 남자는 주리 대신 나를 찾았고, 섹스가 끝나면 넉넉한 돈을 슬쩍 내 핸드백에 넣어주었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나서 남자는 자연스럽게 더 이상 오지 않았다.
🦜🦜
다시 비지니스우먼의 시간이다. 한 남자당 세 번 이상의 썸을 타지 않는 불문율 더 이상 나에겐 해당되지 않았다. 돈만 많이 던져주면 된 것이다.
남자와 처음 관계 맺고 돌아온 날엔 옥상에서 소주를 두병이나 마시고 울었다.
모든 것은 그렇게, 금방 익숙해졌다.
정우를 원하여 마지않던 좋은 학원에 보냈으며, 투자한 보람이 있어 성적은 금방 올랐다.
🦜🦜
나도 처음부터 비지니스우먼이 쉬었던 건 아니다. 도덕적 관념의 해체가 나름 어려웠다는 말이다.
내가 물었고, 그 애가 비로소 고개를 끄덕거리며 "이모니까....... 하고 대답했다.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아침 식탁을 차릴 때의 차림새 그대로였고, 주리와 점심을 함께하기로 약속도 되어 있었다. 그러나 내가가지않으면 그 애는 하루 종일 그곳에 서서 담벼락을 발로 찰 기세였다. 알았어. 담벼락 발로 차면 이모, 여름이랑 안가.
그러니 발로 차는 거 뚝! 내가 짐짓 미간을 찌푸리고 일렀다. 그 애의 발길질이 뚝 멈췄음은 물론이었다.
🦜🦜
정준하 이기도 하고 타잔이기도 한 그와 인간적으로 가까워졌다. 특히 자폐아 증상을 지닌 여름이가 나를 많이 따랐다.
"꼭 돌아올 거예요. 여름이랑.
:.....
"
젖은 목소리로 그가 속삭였다.
"당신이..... 있으니까요......
"잡음이 들더니 곧 전화가 끊어졌다. 여보세요, 라고소
리쳐 불렀으나 빙 하는 금속성뿐이었다. 사랑해요,라고 나는 속으로 말했다. 환영 같은 것이어서, 한쪽이 떠날 혹 사랑일는지도 몰랐다. 바람이 비로소 명백해지는 것이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
시장의 사망으로 그들은 수사선상에 오른다. 타잔은 배를 타고 달아나고 나는 경찰서에서 조사받으면서 나의 과거까지 까발려진다.
여름이는 야식을 먹고 금방 잠이 들었다.
나는 샤워를 하고 길게 누웠다. 돼지기름 냄새가 내 몸에서 조금 나는 듯했지만, 절대 언짢은 냄새는 아니었다. 오히려 향긋했다. 무엇보다 등이 따뜻해서 참 좋았다. 멀고 먼 가파른 길을 지나와 비로소 따뜻한 아랫목에 누워 쉬는 느낌이었다.
🦜🦜 나는 경찰의 조사가 끝난 뒤 이혼을 했고 거주지를 옮겼다. 여르이와 함께 그를 기다려본다.

🌐🌐 마무리 생각
사회적인 문제점 믹스된 상태로 다가온다. 어느 것 하나 먼저라고 할 수 없는 돌고 도는 욕망의 순환인 셈이다. 재개발이익, 사교육 문제, 이혼과 가정, 정신적 이념의 파탄, 무엇이 해결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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