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시간
이슬람 정육점 / 손 홍규
돛을 달고 간 배
2025. 6. 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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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홍규
1975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동국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01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소설집 사람의 신화j 봉섭 가라사대 장편소설 귀신 시대 청년의사 장기려 등이 있다 2004년 대산창작기금을 받았으며 2008년 제5회 제비꽃 서민소설상을 수상했다.
1,🌐🌐 소설 소개
6.25 전쟁이 끝난 후 서울의 외곽. 이슬람 사원 모스크를 중심으로 정육점과 충남식당이 위치한다. 사람들은 이 충남식당의 안나를 중심으로 살아 온 이야기를 풀어낸다.
2.주된 무대
🙏🙏정육점
하산이 운영하는 정육점이다. 그는 이슬람 교도이지만 정육점을 운영하는 데에 아무런 부담감을 느끼지 않는다.
🙏🙏충남 식당
안나가 주인이다. 안나의 식당에는 다양한 부류의 인생 경력을 지닌 사람들이 이용한다. 안나는 많은 애기를 듣고서 때로는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도 한다.
3.인물들
💥나
내 몸에는 의붓아버지의 피가 흐른다
이슬람이 우리말로 순종이라는 걸 일러준 사람은 하산 아저씨였다. 하산 아저씨는 질문을 싫어했다. 얼굴에는 버짐이 피고 머리에는 기계총 자국이 남은 사내아이의 질문이라면 더더욱 질색했다. 하지만 나는 하산 아저씨가 내심 자신에게 무언가 물어오는 걸 즐 긴다는 사실을 안다.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면 이내 그는 안절부절못하며 마치 화가 난 사람처럼 퉁명스럽게 대답하고 다시 입을 꾹 다물었다. "그건 순종을 뜻하지."
🦜🦜나는 전쟁고아이다. 많은 고아들이 그러하듯이 부모의 기원을 알지 못한다.
나는 내 몸에 남은 흉터들의 기원을 모른다. 몇 개는 기억한다 왼쪽 발정강이에 난 흉터는 기록에 따르면 세번째 고아원에서 얻 었다. 장마였고 외부 화장실 블록담의 기반이 꺼지면서 삼 미터가 량이 무너졌다. 금 간 부위별로 붕팅이로 쓰러졌다. 그리고 그만큼 의 바깥세상이 고아원으로 해일처럼 밀려왔다. 그곳에 있던 아이들 가운데 자신이 언제부터 그곳에 살게 되었는지를 아는 녀석은 드물었다.
🦜🦜나의 흉터를 보는 사람은 오히려 흉터를 가진 나 보다도 더 애달프고 마음 아파한다. 쇄골 아래로 난 흉터, 난 그것이 전쟁의 혼란 속에서 생긴 상흔이었음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나는 부엌의 쪽문을 열고 도시를 내려다보았 다. 쪽문을 열면 세 뼘쯤 되는, 이 집으로 치자면 기단이고 아랫집으로 치자면 옹벽의 상층부인 시멘트 돌출부가 있었다. 거기에 내 엉덩이만 한 나무 의자가 있고 하산 아저씨는 해질무렵이면 그 의자에 앉아 귤빛으로 물든 더러운 하늘과 게딱지 같은 허술한 지붕이 활강하는 산동네와 정체를 알 수 없는 도시를 바라보았다.
🦜🦜정육점 하산 아저씨가 나를 입양하였다. 따닥따닥 붙어있는 집들의 풍경이 눈 속으로 들어왔다.
안나 아주머니는 물기 붙은 손을 앞치마에 닦으며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스크랩북을 들여다보더니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참 이상도 하지. 왜 행복한 사람 얼굴은 없는 거지? 보렴. 네가 수집한 이 얼굴들 말야. 이상하지 않니? 웃고 있어도 왠지 서글퍼 보여. 나는 보는 사람에 따라 표정은 다르게 읽히는 거라고 대답하고 싶었다.
🦜🦜 충남식당의 안나 아주머니가 말한다. 내가 그린 스크랩북의 사람들이 행복한 표정이 없다고 나는 생각했다. 아마도 안나 아주머니는 아픈 상처를 지닌 세월을 보냈다고.
💥하산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체조선수의 리본을 연상시키는 목소리였다. 그보다 외롭고 쓸쓸한 느낌이긴 했지만. 무언가를 갈구하는 것도 같았고 누군가를 원망하는 듯도 했다. 소리나는 쪽이 어디인지 가능하려고 고개를 이리저리 몰리자 하산 아저씨가 쑥 내밷 듯 말했다. "무에진이다. 기도 시간을 알리는 거지. 그는 벽 모서리에 기대어 있던 기도용 깔개를 바닥에 폈다. 신발을 벗고 그 위에 올랐다. 시큼한 발냄새가 났다.
🦜🦜하산은 영락없는 이슬람교도이다. 기도시간을 알리는 소리가 나면 하던 일을 멈추고 엎드려 절을 하고 기도를 한다.
하산 아저씨의 휴일은 다른 무슬림들과 마찬가지로 금요일이었다.
평소라면 하산 아저씨는 해 뜰 무렵 그날의 첫번째 기도를 마치 면 면바지와 양가죽 구두를 신고 집을 나선다. 정육점에 들어가면 옷장에서 작업복을 꺼내 갈아입는다. 그다음 저울과 도마를 닦고 숫돌에 물을 부어 적셔가며 칼을 간다. 한동안 숫돌을 타고 흘러내린 잿빛 물이 바닥의 수챗구멍으로 빨려들어가면서 끅끅 소리를 낸다.
🦜🦜정육점의 우선 준비중의 하나가 칼을 가는 것이다. 군인이 총기를 항상 손질 하듯이.
나는 하산 아저씨에게도 남모르는 흉터가 있냐고 물었다. 하산 아저씨는 뒤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세상에 흉터 없는 사람은 없단다. 모든 상처는 아무리 해도 흉터가 남게 마련이다. 이 세상은 사람들로 이뤄진 가시덤불이 치료를 잘 라서 지상에 단 일 초를 머물더라도 상처 입지 않을 수가 없단다 말 돌리지 말고 있는지 없는지만 말씀해주세요 "왜 없겠니 나도 많이 있다. 희미한 것도 있고 선명한 것도 있 흉터에 집착하지 말거라.
🦜🦜나에게 난 흉터의 기원은 어디에 연유하는 것인지 나는 하산 이저씨께 묻는다.
라마단이 시작되었다. 하산 아저씨는 홀로 금식했다. 해가 떠 있는 동안은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늦은 밤, 그리고 새벽에 조금 먹었다. 하산 아저씨는 늙은이였다. 평생 지켰던 금식의 기간이지만 그의 신념과는 무관하게 그의 몸은 금식에 순응하지 못했다. 나는 하산 아저씨가 헛구역질하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라마단 동안의 금식은 '가난한 이들'의 굶주림을 체험하는 동시에 알라에 대한 믿음을 시험한다는 의의를 갖고 있다. 원래는 낮에 금식을 하고 저녁 이후에는 이웃과 음식을 나누며 삶과 음식의 소중함을 되새기라는 의미.
그의 손가락이 뜨거웠다. 역사가 날염된 흉터가 그의 손 가락 아래서 팔딱팔딱 숨쉬었다 보자마자 알았다. 그 흉터가 무엇인지 그건 총상을 입었음을 증명하는 흉터다. 다른 무엇에 의해서도 생길 수 없는 흉터야. 총상이라면 총알이 여기에 박힌 적이 있다는 건가요? 하산 아저씨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메마른 입술이 열리더니 그 틈으로 쇠기침 소리가 흘러나왔다 언젠가 너는 알게 될 거다. 상처를 준 사람이 네게 누구인지를 나는 내게 총을 쏘았던 사람을 떠올리려 애썼다.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자가 내 어머니와 아버지에게도 총을 쏘았으리란 걸 알수있었다.
🦜🦜하산 아저씨는 이제 삶의 끈기가 식어졌다. 나에게 자신의 총상은 전쟁터에서 생겨난 상흔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럼 나도 여시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안나
안나 아주머니는 버릇처럼 옴마니밧메 홈을 외웠지만 내가 호기 심 가득한 눈으로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물었을 때는 얼굴을 붉히면 서 먼 조상 때부터 내려온 건데 거기에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했다
🦜훗날 옴마니밧메훔이 "연꽃 속의 보석"을 뜻하며 그건 곧 부처를 가리킨다고 알려주었을 때, 안나는 "그런 걸 내게 가르쳐 준 사람은 네가 처음이구나."라고 말했다.
실용적인 안나 아주머니. 안나 아주머니는 변신에도 능했다. 충북식당. 강원식당, 제주식당, 호남식당.. 다 해보았다. 충남식 당으로 간판을 바꾼 뒤 장사가 가장 잘된다고 했다. 그러니까 아무도 안나 아주머니의 진짜 고향을 몰랐다. 본명도 마찬가지였다. 안나 아주머니가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이 안나의 일기다. 안네 프랑 크가 안나의 일기를 썼다는 건 좀 의외였지만, 안나 아주머니는 안네가 아니라 안나 프랑크가 확실하다고 우겼다.
🦜🦜이름도 몰라요. 고향도 몰라요. 그걸 꼭 알 필요가 있나요. 고향도 잊어야 하고 이름마저 버려야 할 만큼의 아픔은 누구에게도 있을 법 하지만 아무에게나 다가오는 것은 아니었다.
💥야모스
야모스 아저씨가 안나 아주머니의 식당 문 앞에 서서 고개만 들이 밀고 있노라면. 삼십 분이 걸릴 때도 있고 한 시간이 걸릴 때도 있지만 기어이 밥을 얻어먹을 수 있었다 나는 세를 준 거지 하숙을 치는 게 아니란 말이죠 안나 아주머니는 매번 이렇게 투덜대면서도 야모스 아저씨에게 공짜 밥을 줬다. 야모스 아저씨는 종합병원 세탁실에서 일했다. 틈이 나면 장의사에서도 일했다. 그래도 늘 배를 곯았다. 안나 아주머니는 야모스 아저씨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
🦜🦜 거짓말이 특기이기도 한 야모스는 그리스인이다. 사람들을 만나기만 하면 과장된 이야기를 풀어 재킨다.
비는 사랑하는 사람이 보낸 편지라고 했다. 야모스 아저씨의 나라 그리스에선 연인끼리 멀리 떨어져 있으면 먹구름을 째려보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그러면 구름이 연인이 있는 곳에 비를 뿌려주고 연인은 그 비를 두 팔을 벌린 채 기꺼이 맞는다.
"그 사람들이 누군지는 알 수가 없잖아요.
'아니, 알 수 있었단다. 누군가 바위 위에 서서 손수건을 혼들었지. 내 비행기는 단발 프로펠러야. 총에 맞은 그 사람이 손에서 친 손수건이 바람에 날려와 프로펠러에 감겼지. 비행을 마친 뒤 나는 누더기가 된 손수건을 보았단다. 그건 내가 사촌동생에게 생일선물로 준 손수건이었어. 거기에는 사촌의 이니셜이 남아 있었단다. 야모스 아저씨는 내전이 끝난 뒤 고향에 돌아갔다. 그리고 도망 치듯 그곳을 빠져나왔다. 한국에서 전쟁이 터지자 한국 파견 그리스군에 자원했다.
🦜🦜 전쟁이 발발하면 누군가는 죽여야 하지만 그것이 내 가족이라면 나는 어찌해야할까? 야모스는 내 손으로 죽음에 이르게 한 이들이 가족이라는데 참을 수 없는 자괴감을 지닌 체 한국전쟁에 자원을 한 것이다.
💥열쇠장이
제가 누군지 아세요?
코끼리
'어떤 코끼리요?
분홍색 코끼리
'뭐 하고 있어요?
지나가고 있어
어디로 가고 있어요?
🦜🦜누구에게라도 내가 내아닌 누구라도 누군지를 물으면 한결같이 같은 대답을 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은 평등해야 하는데...너무나 차별적 삶을 살아 왔을까? 그어떤 염원이 담겨 있는 말일까?
💥대머리
새벽이면 대머리가 군가를 불렀다.
그 탓에 대머리도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다. 나는 대머리가 사는 집에 가본 적이 있다.
그 집은 기묘한 공간이었다. 대머리가 오기 전에는 그 집에 여섯 식구가 살았다. 골목은 계단식이었다. 급경사를 이룬 곳은 계단의 폭이 좁았다.
경사가 완만한 곳은 서너 걸음에 한 번씩 층을 이루었다. 그 평평한 계단참 양 옆으로 으레 대문이 있었다.
대머리는 낮이면 연대장이 예하 부대를 순시하듯 동네를 어슬렁 거렸다. 쓸데없이 참견이 많았다는 거다. 그는 자신이 엉덩이를 붙이고 시간을 보낼 만한 곳이 하산 아저씨의 정육점이라는 걸 금세 깨달았다. 아무도 그곳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낮에 보는 대머리는 새벽에 목청이 찢어져라 군가를 부르던 사람이라고 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온순한 편이었다.
🦜기억 회로의 이탈, 무엇인가 한 게 있을테지만 그게 무엇인지 뚜렷하지는 않다. 알았으면 좋겠지만 그럴수록 멍한 공간으로 빠져든다.
💥맹랑한 녀석
" 운동화뒤축을 그렇게 구겨 신으면 오래 신지 못해 "
"죽을 건데 뭐."
"이 책 좀봐, 멋지지 않니?"
" 죽을건데뭐."
"이따 밥 먹고 보자"
" 죽을건데뭐."
젠장, 죽을때 죽더라도 할건하고 죽어라.
"죽을 건데 뭐."
맹랑한 녀석은 유머 감각을 잃었다.
🦜🦜회의주의 철학을 하는 것일까? 죽음이란 다가오는 필연의 사실들에 저항이라도 하는 걸까? 온통 그의 시선에는 죽음으로 색칠되어 있다.
💥유정
유정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능력을 지녔다. 이 땅에 서식하지 않 는 온갖 짐승들과 벌레들의 습성과 생태를 줄줄이ㅡ-물론 더듬거리 며ㅡ늘어놓았다. 유정이 콘도르, 알바트로스, 군함새라면 충분히 자신을 태우고 날 수 있을 거라고 말했을 때 나 역시 새를 타고 날 아다니는 상상을 했다 .
🦜🦜유정은 연탄집 아들이다. 장래에 소설가가 되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김유정도 말 더덤는 소설가였다고 자신을 위안하고 다닌다.
유정은 일종의 완벽주의자였다. 머뭇거리면서 재빠르게 언어의 장벽을 세우고, 벽에 총안을 뚫어 도적 떼를 감시하는 발칸인들 처럼 자신이 격발한 언어가 어떤 식으로 상대방에게 전달되는지를 노 려보는 것이었다. 유정은 자신의 혀 밑에 숨은 사람이었다. 그는 언 어의 정확성을 불신하는 자라기보다는 언어의 부정확성에 매료된 자에 가까웠다.
🦜🦜완벽한 언어는 생명력이 없다. 그에 비해서 아나 아주머니는 비록 정제 되지 말 속에 칼칼한 움직임을 느낄 수 있는 말들이 뿜어져 나온다.
4.마무리
이합집산, 오합지졸 그런 모습의 군상들이 오손 도손 아픔을 공유하면서 때로는 서로를 치유하기도 하는 이방인의 세계이다. 그들의 미래는 무지개 빛을 가져다 줄 것 같지는 않지만 스스로 진흙속으로 들어 갈 것 같지도 않다. 그래서 소소한 감정들이 겨울의 햇살처럼 따사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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