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물고기 / 르 클레지오 장편소설 최수철 옮김. (2025-73)


르 클레지오 J. M. G. Le Clezio
현대 프랑스 문단의 살아 있는 신화' '살아 있는 가장 위대한 프랑스 작가로 일컬어지는르 클레지오는 1940년 남프랑스 니스에서 태어났다. 영국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덕분에 어려서부터 영어와 프랑스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했지만, 프랑스 식민지였던인 도양의 모리셔스 섬을 영국이 점령한 것을 부당하게 생각하여 프랑스어를 '작가 언어'로 택했다. 영국 브리스틀 대학과 프랑스 니스 대학에서 수학했고, 1963년 스물셋의 나이에 첫 작품 "조서"로 프랑스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르노도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 했다. 이후 '열병', '홍수', '물질적 법열', 등 화제작을 잇달아 발표하며 천혜의 작가적 재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1967년부터 멕시코와 파나마 등지에 체류하면서 서구적 사유의 틀을 버리고 자연과 어우러진 새로운 존재를 추구하게 되었고, 이러한 사상적 변모는 시적 산문의 정수인 "성스러운 세 도시"를 비롯, 모로코인 아내와 함께한 사막 기행문 "하늘빛 사람들"과 "황금 물고기" 등에 순도 높게 담겨 있다. 1980년에는 사막 민족의 문화와 역사를 웅숭깊고 아름답게 그린 소설 "사막"으로 프랑스 아카데미 프랑세즈가 수여하는 폴 모랑 문학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그는 여전히 산과 바다, 태 양과 대지 사이에서 자발적 유배자의 삶을 살며 글쓰기에 전념하고 있다.
"황금 물고기"는 예닐곱 살에 인신매매단에 납치되어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서 나고 자랐는지도 모른 채 고난과 역경을 겪으며 세상을 표류하는 어린 소녀의 성장기를 특유의 서정적 언어로 그려낸 아름다운 작품이다. 이 소설은 1997년 프랑스에서 출간되자마자 순수문학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장기간 베스트셀러 1위의 자리를 지켰다.
옮긴이 최수철
1958년 춘천 출생.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맹점"이 당선된 후, 창작집 "공중누각, "화두", "기록", "화석", "분신들 [몽타주, 장편소설 벽화 그리는 남자](불멸과 소멸, 등을 출간했다. 윤동주문학상 1983), 이상문학상(1993)을 수상했으며, 르 클레지오의 작품 [사랑의 대지, 매혹, 우연, 타오르는 마음]을 우리말로 옮겼다. 현재 한신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들어가면서
물고기가 회귀를 하기 위해 거센 물결의 파랑을 타고 오르듯 라일라는 삶의 근원. 또는 행복을 위하여 생존의 굴곡을 오르내리면서 표류, 방황, 자각의 갖가지 운명을 받아들인다.
🛶🛶1. 유괴. 랄라 아스마
예닐곱 살 무렵에 나는 유괴당했다. 그때 일은 잘 기억나지 않는데 너무 어렸던데다가 그 후에 살아온 모든 나날이 그 기억을 지워버렸기 때문이다. 그 일은 차라리 꿈이랄까, 아득하면서도 끔찍한 악몽처럼 밤마다 되살아나고 때로는 낮에도 나를 괴롭힌다. 햇살에 눈이 부시고 먼지가 날리는 텅 빈 거리, 푸른 하늘, 검은 새의 고통스런 울음 소리, 그때 갑자기 한 남자의 손이 나를 잡아 커다란 자루 속에 던져 넣고. 나는 숨이 막혀 버둥거린다. 나를 산 사람은 랄라 아스마이다.
💥💥💥 라일라는 유괴를 당하고, 그를 사 간 이가 랄라 아스마 할머니이다. 친 할머니처럼 지식을 전수해 주고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친다.
오랫동안 나는 거리를 두려워했다. 마당을 벗어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거리 쪽으로 열려 있는 푸른색 대문 밖으로 한 발짝도 나서려 하지 않았고, 사람들이 나를 밖으로 데려 나가려 하면, 소리지르고 울 면서 벽에 매달렸다. 때로는 도망쳐서 가구 밑에 숨기도 했다. 나는 극심한 두통에 시달렸으며, 하늘에서 쏟아져내리는 빛은 내 두 눈을 헤집으며 내 몸 깊숙이 찌르고 들어왔다.
💥💥💥 유괴의 기억에 자유롭지가 않다. 악몽의 순간은 어느 때 어느 순간에 갑작스레 나에게 다가온다.
새벽녘에 나는 잠들었다. 그 정도로 피곤했던 모양이다. 아마도 릴라 아스마는 바로 그 순간에 죽었고, 그때 비로소 나도 잠이 들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내가 깨어났을 때 날은 환하게 밝아 있었고, 침대 곁에서 조라가 큰 소리로 울고 있었다. 그녀는 나를 보더니 갑자기 분노로 입술을 일그러뜨렸다. 그러고는 손에 잡히는 모든 물건, 수건이며 잡지를 들고 나를 때렸다. 그녀가 계속해서 나를 때리려고 신발을 벗어들자 나는 마당으로 달아났다. 그녀는 악을 썼다. "끔찍한 것, 쬐끄만 마녀 같으니! 내 어머니가 죽었는데 세상 모르고 자고 있다니. 넌 살인자야!" 나는 어렸을 적에 그랬던 것처럼 부억 탁자 밑에 숨었다.
💥💥💥아벨은 아들이고 조라는 며느리이다. 둘은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할머니의 재산을 이어 받아 새로운 거주처를 만든다.
2. 여인숙.자말라
랄라 아스마의 저택을 나왔을 때, 니는 어디로 가야 할지 알지 못했다. 내가 알고 있었던 것은 단 한 가지. 조라와 아벨이 나를 찾아내지 못할 장소. 그들이 나를 잡으려고 경찰을 보낸다고 해도 안전할 수 있는 장소에 몸을 숨겨야 한다는 사실뿐이었다.
💥💥💥 집을 나왔지만 갈데라곤 자말라가 있는 여인숙이 유일하다.
자밀라 아줌마가 마치 어린애 디루듯 나를 끌다시피 하여 위로 데리고 을라갔다 그녀는 내 귀에 대고 계속해서 속삭였다. "내 딸아, 내 딸아. 그 말에 나는 할머니를 잃은 바로 그날에 새로이 어머니를 얻었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 쉽게 울었다.
💥💥💥자밀라는 산파를 하며 살아간다. 랄라 아스마 할머니가 위독할 때도 응급 의사역을 하였기 때문에 라일라를 알고 있었다.
내가 가장 좋아한 사람은 후리야였다. 그녀는 여인숙에 가장 늦게 온 제일 나이 어린 여자였다. 나보다 며칠 전에 왔다고 했다. 그녀는 남쪽으로 멀리 떨어진 베르베르 족 마을 출신이었다. 탕헤르의 한 돈 많은 남자와 결혼했지만, 남자는 자주 그녀를 때리고 강제로 범했다. 어느 날 그녀는 작은 여행가방을 꾸려서 도망쳐나왔다.
💥💥💥 여인숙에서는 살고 있는 대다수의 여성들을 공주라고 칭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친한 이가 후리야이다.
무엇보다도 나를 두렵게 하는 것은 고독이었다. 꿈 속에서 나는 때 때로 오래전 유괴당하던 날 일을 다시 겪었다. 나는 온통 새하얀 거리 위로 쏟아져내리던 햇살을 다시 보았고, 검은 새의 끔찍한 울음소리를 다시 들었다. 때로는 트럭에 치였을 때 내 머릿속에서 뼈가 부러지던 소리를 다시 듣기도 했다.
3. 조라. 아벨
조라가 보낸 경찰이 나를 추적하여 덫을 놓은 것이었다. 내가 물건을 훔친 가게들에서도 나를 뒤쫓고 있었다. 나는 미성년자로 법원에 출두했는데. 법관은 무척 차분한 사람으로 목소리가 너무 낮아 알아듣기 어려웠다. 그가 던진 모든 질문에 내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그는 내가 반성하고 있는 것으로 여겼다.
💥💥💥할머니가 산 것이라고 도망친 라일라를 다시 끌고 온다. 그리곤 감금하다시피 한다.
그럼요, 아줌마, 곰 돌아올게요 그녀는 하품을 했다 '문 잘 닫아. 그러지 않으면 청소를 다시 해야 할 테니까 나는 층계참으로 나왔다. 복수를 하기 위해 나는 개를 데리고 나와 문을 이중으로 잠갔다. 아벨에게 다른 열쇠가 있었지만, 나는 그가 저녁 전에는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 다시 도망을 하여 나왔지만 갈데라곤 여인숙 밖엔 없다. 하지만 여인숙의 자말라는 체포되고 여인숙의 공주들은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 다시 타브리케트 천막촌의 타가디르의 집을 찾았다.
4. 후리야. 파리
어느 날 저녁 타가디르가 밖에 있을 때, 후리야는 내 성한 귀에 대고 자기가 세우고 있는 계획에 대해 속삭였다. 돈이 어느 정도 모이면 배를 타고 에스파냐로 가서, 그곳에서 다시 프랑스로 간다는 것이었 다. 그녀는 그 동안 저축한 돈, 둥글게 말아 고무줄로 묶어서 화장품 케이스에 넣어 쿠션 밑에 감추어둔 달러 뭉치들을 내게 보여주었다 그러고서 말하기를, 이제 몇 뭉치만 더 모으면 뱃삯을 치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녀는 술 마신 사람처럼 열에 들떠 소리 죽여 말했다. 그 돈을 보고 있자니 나는 후리야가 곧 떠날 것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졌다.
💥💥💥후리야는 곧 다리를 잘라야 하는 타가디르를 놔두고 파리로 가려한다. 나도 문득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원들에게 나에 대한 이야기를, 고아이고 무일푼이며 한쪽 귀가 멀었지만 공부하고 여행하고 중요한 인물이 되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 파리로 가려면 준비를 해야 한다. 언어강좌와 문화원 등록을 하려면 어쨌든 돈이 필요했다.
나는 길을 익히고 도시와 항구의 이름을 알기 위해 지도책을 읽기 시작했다. USIS의 영어 강좌와 괴테 문화원의 독일어 강좌에 등록도 했다. 물론 그곳에 드나들 자격을 취득하고 서류나 자료를 얻으려면 돈을 내야 했다.
💥💥💥직원들에게 나에 대한 이야기를, 고아이고 무일푼이며 한쪽 귀가 . 멀었지만 공부하고 여행하고 중요한 인물이 되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우리는 그곳을 떠나 멀리 갔다. 어디로 가는 지도 몰랐으며. 언제 돌아오게 될지도 몰랐다. 우리가 알았던 모든 것이 떠나가고 사라지고 있었으며, 그때 나는 멜라의 저택을 생각하고 있었다. 강변의 수많은 집들 사이에 조그망게 자리잡고 있는 그 집 그 위로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또한 나는 여자들이 찬물이 나오는 수도꼭지 앞에 길게 줄서 있는 타브리케트 천막촌을 생각했다. 아마도 우리는 바다 저편 어디에선가 죽게 될 것이며, 이곳의 사람들은 아무도 우리에 대해 알 수 없을 것이었다.
5.파리. 마리 엘렌, 조제, 프로메제아 의사
우리를 구해준 사람은 마리 엘렌이었다 여름이 끝나갈 무렵 우리 집세를 낼돈이 남지 않았고 나는옛 직업인 도둑질을 다시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주방에서 내게 물었다. "저말이야 병원에서 일하는 게 어떻겠어?" 그는 짐짓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지만, 눈빛을 보니 우리의 처지를 모두 알고 동정심을 느끼는 것이 분명했다.
💥💥💥파리에 왔지만, 가지고 온 돈만 축내는 시간이 두려웠다. 후리야는 배가 불러 온다.
나는 장을 보러 다녔다. 모퉁이에 있는 가게들은 너무 비쌌기 때문에, 버스를 타고 알리그르 시장까지 가서, 이 킬로들이 봉지로 오렌지 를 사고 토마토와 호박과 멜론도 샀다. 부억에는 과일들이 그득했다 부인은 기뻐했다. 그녀는 백 프랑짜리 지폐를 현관의 작은 탁자나 굽 달린 쟁반 위에 놓아두곤 했는데, 나는 거스름돈을 자리에 되돌려 놓았다 나는 가급적 적게 지출하려고
애썼다.
💥💥💥프로메제아 의사를 소개받아 그의 집에서 기거한다. 후리야는 라일라가 그를 떠날 것 같다고 소리친다.
그때 갑자기, 커피를 마시던 바로 그 순간에, 모든 것이 명확해겼 다. 이곳을 벗어나야 했다. 심장은 격하게 뛰었고, 이마에 강한 통증이 느껴졌다. 나는 빙글빙글 돌며 의자들을 쓰러뜨렸다. 나는 마리 엘 렌이 마예르 부인을 두고 그랬던 것처럼 뇌까렸다. "고약한 할망구! 고약한 할망구!' 비로소 나는 랄라 아스마가 했던 말을 기억했다. "네가 잘 알지 못 하는 사람의 차는 마시지 마라. 원하지 않는 것을 마시게 될 수도 있 으니까." 💥💥💥그의 남친 노노와 의사의 집에서 데이트를 하는 모습을 보고는 질투를 한다.
이 집도 벗어나야 할 순간이다. 노노가 거주하는 자블로 거리로 간다.
6.노노
어느 날 그는 아주 부드럽게 나를 가졌다. 그러고 나서 그는 미안해하며 말했다. "아프지 않았어?" 내게는 첫 경험이었지만, 나는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마치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행위를 한 듯한 느낌이었다.
그 후로 모든 것이 조금씩 나아졌다.
💥💥💥노노의 오토바이에 올라 휑하니 바같 바람을 느꼈본다.
나는 지하철의 음악가들을 모두 알게 되었다. 나는 이 역 저 역으로 옮겨다니면서 벽에 기대어 앉아 귀를 기울이곤 했다. 오스테를리츠 역에는 월로프에서 온 그룹이, 생 폴 역에는 말리 출신의 사람들이. 톨비아크 역에는 서인도제도와 아프리카에서 온 사람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들도 나를 알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면 그들은 손짓을 보내 기도 하고 연주를 멈추고서 나와 악수를 하기도 했다. 그들은 나를 서 인도제도 출신이나 아프리카인으로 보았다. 그리고 나를 노노의 애인 으로 생각했다. 아마도 그가 그렇게 떠벌리고 다녔기 때문일 것이다.
💥💥💥드디어 라일라는 음악을 느끼기 시작한다. 귀가 잘 들리지는 않지만 몸 속으로 흐르는 감정의 결을 충분하게 받아들인다.
7.엘 하즈 마포비, 하킴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엘 하즈는 두 손으로 손자의 얼굴을 만지고 미소를 짓더니 고개블 돌렸다. "누굴 데려왔지?" 하킴은 웃었다. "귀가 참 밝으세요. 아무도 할아버지를 속일 수 없 겠어요. 누구냐?" 하킴은 나를 그 앞으로 이끌었다. 엘 하즈는 두 손을 내 얼굴에 대 고 뺨을 따라 천천히 아래로 미끄러뜨리며 손가락으로 눈썹과 코와 입술을 어루만졌다.
그가 중얼거렸다. "마리마를 닮았구나. 넌 누구냐?' 나는 속삭이듯 내 이름을 말했다. 목이 메었다. 이처럼 좋은 인상을 가진 사람을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 엘 하즈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라일라에게 여권을 만들어 봉투에 넣어 두고서. 여권명은 마리아 마포바이다.
8.시몬
거의 매일 나는 마르시알 주아외가 없는 오후에 시몬의 집에 가서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는 법을 배웠다. 그녀는 하루 종일 거의 아무것도 하는 일 없이 뷔트 오 카유의 작은 집에서 겉창을 닫아놓고 혼자 지냈다. 그녀는 아래 층 거실에 불을 켠 양초로 커다란 삼각형을 만들어놓고, 그 한가운데에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 시장에서 산 망고와 파인애플과 파파야 같은 과일들을 놓아두었다.
💥💥💥 시몬은 라일라에게 악기를 가르친다. 시몬의 남친은 라일라에게 치근되면서 그들의 관계에 틈이 생겨난다.
바다 저편까지 울려퍼지는 아프리카의 노래를 불렀고. 나는 마치 자력으로 이끌리듯 의미도 모르면서 그녀 눈의 움직임이나 두 손의 자세에 이르기까지 모든 행동 을 따라하고 그녀가 읊조리는 가사를 되풀이했다 그녀는 초의 불꽃이 촛농에 빠져 꺼질 때까지 계속했다
자세로 상체를 흔들며 음악을 연주하면서 우리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라일라는 음악에 취한다. 어느새 그는 가수처럼 연주를 한다.
9. 새라, 보스턴, 시카고
그녀가 내게 말을 걸었다. 나는 알아 듣기 어려워서 그녀 입술의 움직임을 읽으려 했다. 바에서 그녀는 탄산수를 한 잔 마셨다. 그녀는 내게 자기 이름이 새라이며 시카고에서 왔다고 했다. 그녀는 나를 '스윌로 자매' 라고 불렀는데, 그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또
이런 말도 했다. "네 머리카락이 마음에 들어." 그녀는 곧 자리를 떠 봉투에 이름과 주소를 적어서 내게 주었다.나는 이름을 적기는 했지만 주소는 알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그녀에게 주소를 주어야 했기 때문에 나도 그녀에게 베아트리스의 주소를 가르쳐주었다.
💥💥💥새라는 라일라에게 보스턴에. 자기에게 연락하라고 한다.
나는 떠나기로 마음을 정했다. 예전에 알았던 문화원의 교수와 나 를 좋아했던 USIS의 관리 덕분에 교환비지를 발급받을 수 있었고, 보스턴에 있는 새라 립캡의 집에도 묵을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미국 체류증을 받을 수 있는 제비뽑기에 이름을 올리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 다. 그 당시에는 아프리카인들에게 허락된 쿼터가 좋은 편이었기 때문이었다. 내게 부족한 건 단지 돈뿐이었다.
나는 새라의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 후의 나날은 그때까지와는 영 딴판이었다. 저프가 새라 에게 뭐라고 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여하튼 그녀는 거칠고 짜증스러 운 태도로 니를 대했다. 그녀에게 사실을 말할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그런다고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녀는 내 말을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었다. 여자들은 언제나 자기 쪽에서 착각을 하거나, 심지어 남자들이 속이는 경우에도 그들 편을 들게 마련이었다. 💥💥💥새라의 남편이 라일라를 추근거린 후 그는 잠시 집을 나갔다가 돌아온다. 하지만 이미 맘은 바같으로 달려나간다.
10. 장 빌랑
나는 장 빌랑을 다시 만났다. 그는 앤절리나리는 여인과 레이크슈어 근처의 파인 그로브에 있는 멋진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다 간간이 나는 모든 일을 잊고 싶어서 그와 함께 오후를 보냈다. 우리는 중심가 에 위치한 한 호텔로 가서 맨 꼭대기에 있는 방에 들어갔다. 그와 함께 있던 그곳은 실로 편안하고 조용했으며, 살롱처럼 꾸며진 최고급 방이었다.
~~~ 우리는 사랑을 나눴고 함께 음식을 먹었고 그러고 나서 나는 저녁 때까지 깊은 잠에 빠졌다. 대부분의 경우 잠에 서 깨어나 보면 장은 강의를 하러 떠나고 없었다.
그녀는 내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녀는 잡지 한 권을 들고 와 눈에 띄는 대로 휴 그랜트. 새미 데이비스, 키애누 리브스, 빌 코스비 같은 남자 들을 손가락으로 가리켰고, 잠시 후에야 나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 는지 알 수 있었다. 우리는 한참 웃었다. 내 생각에 그녀는 내 아기가 강간당해 생긴 것이 아닌가 걱정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잡지 위에 장 빌랑이라는 이름을 쓰고 나서. 그래, 이게 바로 그 남자의 이름이 등등을 몸짓으로 말할 수 있게 되었다.
🌐🌐🌐 표류를 끝내고 정박하다
마침내 여행의 끝에 다다랐음을 안다. 어느 다른 곳이 아니라 바로 이곳이다. 말라붙은 소금 처럼 새하얀 거리, 부동의 벽들, 까마귀 울음소리. 십오 년 전에, 영겁 의 시간 전에, 물 때문에 생긴 분쟁, 우물을 놓고 벌인 싸움, 복수를 위하여 힐랄 부족의 적인 크리우이가 부족의 누군가가 나를 유괴해간 곳이 바로 이곳이다. ~~~장은 내일 도착한다. 나는 카사 호텔에서 그의 전보를 받았다. 이제 나는 자유로우며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이름을 떨친 나의 조상 빌랄처럼, 노예였다가 예언자 마호메트가 속박에서 풀어주고 세 상으로 내보낸 그 사람처럼, 드디어 나는 또 하나의 빌랄 족이 되어 부족의 시대에서 벗어나 사랑의 시대로 들어선다.